감홍로 이야기

감홍로 이야기

조선 3대 명주, 그중에서도 첫 번째

감홍로(甘紅露)의 감(甘)은 단맛을, 홍(紅)은 붉은 색을, 로(露)는 증류된 술이 항아리 속에서 이슬처럼 맺힌다는 뜻으로 독특한 향이 어우러져 미각, 시각, 후각을 만족시키는 술입니다.

감홍로는 고려시대부터 전해 내려온 우리나라 고유의 술로, 육당 최남선(1890~1957)은 전라도 죽력고, 황해도 이강고와 함께 감홍로를 조선 3대 명주로 칭하며 그중에서도 감홍로를 첫 번째로 꼽았습니다. 이규경은 「물산변증설」에서 “중국에는 오향로주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평양부의 감홍로가 있다.”고 하였으며, 유득공의 「애련정」이란 시에서 “곳곳마다 감홍로니 이 마을이 곧 취한 마을 일세”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겉모양은 보잘것없으나 속은 좋고 아름다운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질병(질그릇)에 감홍로” 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감홍로는 우리나라에 오래되고 귀한 술로 여겨져 왔습니다. 
판소리 「수궁가」에는 자라가 토끼의 간을 뺐기 위해 감홍로가 용궁에 있으니 함께 가자고 유혹 하기도 하고, 「춘향전」에서는 변학도의 명의로 춘향을 잡으러 온 사령에게 춘향의 모친인 월매가 감홍로를 취하도록 권하기도 하였고(신학균본 별춘향가), 이몽룡과 춘향의 이별 장면에서 향단에게 감홍로를 가져오라 하는 장면도 등장합니다(춘향가 가람본).

1986년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을 받은 故 포암(浦巖) 이경찬 선생 집안에 전해 내려오던 것을 국내에서 이를 유일하게 재현할 수 있는 차녀 이기숙 명인이 부군 이민형과 함께 이를 재현했습다. 
(아래 사진에 이기숙 명인이 들고 있는 병이 1980년 이경찬 선생이 빚은 감홍로 입니다.)

감홍로는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의 공법과 유사합니다. 소주를 두 번 증류한 환소주에 용안육, 계피, 진피, 정향, 생강, 감초, 지초 등 7가지 약재를 그대로 넣어 침출한 후 숙성시킨다. 40도의 도수가 높은 술임에도 불구하고, 약재의 향이 어우러져 독특하고 마시기에 부드럽습니다. 약재의 약리작용으로 인해 몸을 따뜻하게 보호하는 작용을 하며 혈액순환을 돕는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기숙 명인은 조상 대대로 술 빚는 방법을 전수받아 개인이 원형에 근거한 방법을 보존하고 있는 것을 인정받아 2012년 10월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정한 전통식품 명인 제 43호로 선정되었습니다.

2014년에는 글로벌화로 획일화된 음식의 생산 및 소비를 경계하여 전통먹거리 종자를 보호하고, 소멸위기에 처한 음식문화유산을 보전하고자 설립된 이탈리아 ‘생명 다양성 재단’의 슬로푸드 ‘맛의 방주Ark of Taste’에 등재되었습니다.